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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2025년 7월 현재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자로 416기이며 평균 나이는 32.4년이다. 1980년대부터 새로 지어지는 핵발전소가 줄어들면서 평균 연령은 계속 증가해 왔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66기가 31년 이상 가동되었으며, 그중 141기(3기 중 1기 이상)는 최소 41년 이상 가동되었다. 1세대 원자로의 설계 수명이 대체로 30년이었기 때문에 상당수가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들은 원자로의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다. 미국 원자로의 평균 연령은 2024년 말 현재 43.2년이고 프랑스는 39년이다. 한국은 23.7년이고 중국은 10.6년이다.
다수의 핵발전 운영 회사는 원자로를 설계 수명을 넘어 60년, 심지어 80년까지 운전할 수 있다고 보고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핵발전소를 지을 부지 선정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의 밀양 송전탑 투쟁에서 보이듯 최근에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수반되는 송전망 갈등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민간 회사에 의해 건설되는 경우 수익성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고, 그래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워서 더욱 수명 연장에 의존하게 된다. 게다가 수명 연장을 하지 않으면 폐쇄를 의미하게 되는데, 이 경우 폐로와 부지의 오염 제거 비용이 드러나게 되므로, 이 역시 핵산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수명 연장 허가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원자로가 최초 40년 운전 허가를 받지만, 사업자는 핵에너지규제위원회(NRC)에 20년 추가 허가 갱신을 요청할 수 있다. 2025년 중반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94기의 원자로 중 86기가 20년 연장 운전 허가를 받았다. 또한 NRC는 13기의 원자로에 80년까지 운전 가능한 추가 운영 허가를 부여했다. 프랑스의 원자로는 강화된 안전 요건에 따라 10년마다 심층 검사와 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국도 수명 연장 단위는 10년이다. 최근 건설되는 원자로들은 처음부터 60년 운영 허가를 신청한다. 신고리 3·4호기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동일한 모델의 한국형 가압경수로도 60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전력망에 연결된 135기의 원자로 중 거의 4분의 1이 초기 설계 수명인 40년을 달성하지 못하고 폐쇄되었다. 고장과 경제성 상실이 이유다. 또한 수명 연장이 항상 경제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노후화에 따라 노심 등 설비를 상당 부분 개보수해야 하고, 더 강화된 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 비용은 8700억원으로 추산되고, 고리2호기는 수명 연장 가동 때 오히려 100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보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는 과소 추계가 의심되는 수치다. 새로운 기준 때문에 설계가 일부 변경되어야 할 수도 있고 원자로 부품은 대량 제작되는 게 아니어서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핵산업에서 건설 지연은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 모두가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비용은 신규 발전소 건설 비용의 25~5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IAEA는 경수로 개보수 비용과 20년 수명 연장 비용을 포함하는 핵발전소 장기 운영에 따른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은 메가와트시당 약 30~4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신규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의 LCOE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핵발전소 관련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비용은 급속히 하락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전 문제다. 미국에서는 이미 가동 중단되었던 핵발전소 일부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시간 주의 펠리세이드 핵발전소, 펜실베이니아 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소가 그런 사례다. 하지만 노후화는 예상치 못한 부위의 부식과 고장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30년 또는 40년 수명으로 설계한 핵발전소는 그만큼만 사용하고 폐기한다고 전제하고 구조와 부품을 갖춘 것이다. 수명 연장을 위한 작업에서 헤드와 격납용기 등의 주요 부품을 교체하고 개보수한다 하더라도,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피폭이나 구조 특성상 사람들이 들어갈 수조차 없는 부분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기도 어렵고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특히 강철은 핵반응으로 나오는 중성자에 맞으면서 약화(취성화)된다. 수백 킬로미터의 배관과 전선으로 이루어진 장치들이 40년 또는 60년이 지나서도 멀쩡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그리고 사고는 사소한 고장이 쌓여서 일어난다. 하지만 수명 연장에서 안전 검사 다수는 서류상의 검토로 대체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으로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확실한 것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값비싼 실험이라는 것, 그리고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와 같은 다른 대안들이 있는 가운데 감행하는 실험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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