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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언어가 바뀌면 도시의 표정도 달라진다. 정읍시청 대회의실 한가운데에 젊은 공직자들의 질문과 제안이 놓였다. 지시를 기다리던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내놓는 자리였다.
정읍시는 12월18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청년혁신모임 ‘혁신온(ON)’을 중심으로 성과공유회를 열고, 엠지(MZ·밀레니얼+Z세대) 공무원들이 약 5개월간 다듬어 온 정책 과제들을 발표했다. 정읍시가 내건 목표는 “젊은 세대의 시각과 문제 해결 역량을 행정에 반영”하고, 적극행정과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맞춰졌다.
‘혁신ON’은 정읍시가 젊은 세대의 참신한 시각과 문제 해결 역량을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구성한 실무 협의체다. 참여자는 근무 경력 5년 이내, 7급 이하의 20~30대 엠지 공직자 39명으로 구성됐다. 이 모임은 지난 8월 출범 이후 7개 팀을 꾸려 활동을 이어왔다. 약 5개월 동안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선진지 벤치마킹(모범사례 비교학습)도 병행하며, 현장에서 체감한 문제를 정책 과제로 구체화했다. 단기 아이디어 공모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에서 “제안으로 꺼내는 단계”까지 토론과 검증을 거쳐 결과물을 만든 과정이었다.
성과공유회에서 제시된 과제들은 생활 현안과 맞닿아 있었다. 청년 구직자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자격증 취득 지원사업, 금융 취약계층을 겨냥한 ‘정읍형 금융복지센터’ 운영 방안, 부서 간 지식 단절을 줄이기 위한 ‘행정지식 공유체계 구축’이 발표됐다. 도시 공간과 이미지를 다룬 제안도 이어졌다. 공간과 도시의 표정을 다루는 ‘정읍 달빛골목 리(RE·재):스토리 프로젝트’, 도시의 얼굴을 다시 그리는 ‘정읍시 마스코트 단이·풍이 리디자인’, ‘노인 친화형 도로시설물·생활 환경 개선’까지 묶이면서, 과제의 폭이 “일자리-복지-조직-공간-상징-안전”으로 넓게 펼쳐졌다.
발표 이후에는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실제 행정에 적용할 때의 한계와 보완점, 제도와 예산의 접점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젊은 공직자들의 제안이 단순한 구상이 아니라 행정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이었다. 참여 직원들의 반응도 솔직했다. 한 직원은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과 정읍의 문제를 놓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공직 생활을 길게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정책 제안 과정에서 부서 간 시각 차이를 직접 확인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혁신ON’은 아직 제도화의 출발선에 서 있다. 모든 제안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다만, 질문하는 공직자와 답을 찾는 조직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의 조건이 된다. 행정의 현장에서 청년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도시의 선택지는 분명히 넓어진다.
이학수 시장은 “이번 성과공유회는 정읍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청년 공직자들의 노력과 시정 참여 의지가 담긴 소중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시각에서 제안된 정책들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물론, 청년이 주도하는 행정 혁신이 정읍시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과공유회의 끝에 남은 문장은 “검토”와 “지원”이었고, 이는 발표된 과제들이 행정의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문고리를 시장 발언이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직 사회의 경직된 서열 문화를 뚫고 엠지세대 공직자들의 발칙한 상상력이 정읍 시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나섰다. 경력 5년 이내의 젊은 피들이 현장에서 건져 올린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주민의 일상에 즉각 투입 가능한 실무적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낡은 행정의 틀에 갇히지 않은 청년들의 시각은 정읍시가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결정적 도화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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