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의 편의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11개월에 가뒀던 낡은 관행이 정읍에서 가장 먼저 허물어지며 고용 정의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 계약서를 쪼개던 해묵은 변칙 고용을 폐지한 이번 결단은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노동의 가치를 회복시키겠다는 실천적 선언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만큼은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상식이 자본한 교묘한 셈법을 뚫고 노동의 정당한 몫으로 귀결된 순간이다.
달력 한 장이 퇴직금을 가르던 관행이 정읍에서 멈춘다. 정읍시가 2026년부터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 계약 기간을 12개월로 늘려 퇴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인력 운용 방식을 바꾼다. 시는 12월19일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폐지하고, 체육시설·문화시설 등 연중 중단 없이 운영되는 공공시설에 배치되는 기간제 근로자 65명을 퇴직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부 현장에서는 1년 미만으로 근로자를 채용하면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11개월 단위 계약이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 계약서의 숫자가 1년을 넘지 못하게 막는 방식은 근로자에게 고용 불안을 키우고, 퇴직금 등 정당한 복지 혜택의 문턱을 높인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정읍시는 이 구조를 손보기로 하고, 상시·지속 업무에 투입되는 기간제 근로자부터 계약기간을 12개월로 맞추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앙정부 기조도 깔려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1개월 단위 고용 관행을 지적하며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읍시는 이에 발맞춰 취약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돕고, 공공부문이 책임 있는 고용 문화를 먼저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제적 대응”이라는 표현 뒤에는, 공공이 먼저 고용의 최소 기준을 정돈해야 민간의 변화도 설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놓여 있다.
정읍시가 2026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대상은 체육시설·문화시설 등 연중 운영이 중단되지 않는 공공시설 분야의 기간제 근로자다. 이들에 대해 근로계약 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해 퇴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65명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숙련된 인력이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넓어지면 공공시설 서비스의 안정성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근로자 보호와 서비스 운영의 연속성을 함께 놓고 설계를 진행했다.
다만, 모든 사업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기로 했다. 정읍시는 사업 성격이 한시적이거나 종료 시점이 명확한 프로젝트성 사업은 기존 방식대로 계약 기간을 운영하는 등, 사업 특성에 맞춘 탄력적 인력 운용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용의 책임을 강화하되, 행정 운영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적용 범위를 구분해 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학수 시장은 “이번 근무 기간 조정을 정부의 취약 근로자 보호 기조에 맞춘 공공부문의 책임 이행”으로 설명하며, “시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시설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삶의 질도 함께 고려하는 인력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읍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기간제 근로자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불합리한 고용 관행이 남아있는지 계속 살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동자들은 이제 1년의 근무를 통해 정당한 퇴직금을 수령하며 생계 기반을 다지는 권리를 회복했으며, 정읍시는 공공 일자리가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작동하도록 모든 행정 절차를 빈틈없이 보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