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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40킬로그램 한 포대의 값은 농민의 피땀을 상징한다. 고창군쌀생산자대책위(농촌지도자·한국후계농업경영인·농민회·여성농민회·한국쌀전업농·친환경농업인·전국쌀생산자)는 12월19일 오전 11시 흥덕농협(조합장 백영종·고창지역농협조합장 대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단연(농민단체연합)과의 협의 없이 결정된 나락가격은 원천 무효”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농민 50여명이 참석해, 나락가격 결정 과정에서 농민단체와의 공식 협의가 배제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농단연과 협의 없이 결정된 나락가격 원천 무효, 재협상하라”, “나락가격 후려치면 천벌받는다, 나락가격 8만원 보장하라”, “나락가격 담합이 웬 말이냐, 조합장들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협의 결정을 정면으로 겨눴다.
대책위가 겨눈 첫 지점은 ‘절차’였다. 대책위는 “그동안 농협과 농단연이 협의를 통해 나락가격을 결정해 왔음에도, 올해는 간담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격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협의 없이 결정된 가격은 원천 무효”라는 문장은 가격 자체보다, 결정 과정에서 농민이 배제됐다는 문제의식을 압축했다. 12월19일 기자회견은 하루아침에 튀어나온 장면이 아니었다. 대책위는 11월14일과 12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농협 앞 나락 적재 행동으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가격 상승으로 이익금 발생 시 농가 환원”이라는 약속 이행도 계속 요구해 왔다고 했다. 대책위는 조합장들과 수차례 간담회 일정을 조율했으나 “연말 일정이 많아 간담회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협상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기습’으로 규정한 장면은 12월11일과 12월17일 사이에 있다. 대책위는 “12월11일 목요일 오후 3시에 무조건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대표 조합장 한 명만 참석해 가격협상 얘기는 단 한 마디도 못한 채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책위는 “12월17일 농협 조합장들이 돌연 조합장들만의 회의를 열어 올해 나락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전북 시군 농협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신동진 40킬로그램 기준 7만3000원, 일반벼는 7만원 정도로 단일화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농식품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10~12월 전국 산지 쌀값 평균을 기준으로, 40킬로그램들이 8만원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같은 맥락에서 “산지 쌀값 계산대로라면 평균 5만8000원에, 나락 40킬로그램 한 가마가 8만1000원”이라는 계산을 제시하며 “나락 가격 8만원 이상 보장” 요구가 정당하다고 했다.
대책위가 요구한 두 번째 축은 ‘정보 공개’였다. 대책위는 2024년산 벼 매입과 관련해 중앙회 손실보전금 내역과 매입·판매 현황 공개를 요청했으나, 농협 측의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9월부터 농협중앙회 고창군지부를 통해 “2023년 나락 매입에 따른 손실금액이 얼마인지, 작년도 나락 판매 시점이 언제이며 얼마에 판매했는지”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조합장들이 “농민들의 나락 때문에 조합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고 하면서, 그렇다면 더더욱 숫자로 투명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대책위는 가격이 ‘지역’에서 멈추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책위는 “전북 시군의 농협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 흐름을 두고 “속칭 짜고 치는 것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작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농협 알피시(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벌어들인 돈이 1조가 넘는다고 이원택 국회의원이 발표했다”고 언급하며, 농협이 “성과급 잔치”를 하는 동안 “농민들은 빚이 늘어나고 농업 소득은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의 언어는 거칠었지만 핵심은 또렷했다. 대책위는 “나락값은 농민의 생존권이자 목숨값”이라며, “농협이 농민들의 뜻을 무시한다면 다음 농협장 선거에서는 조합장 낙선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농민들이 피땀으로 생산한 쌀값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을 받을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재협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를 거듭 천명했다.
12월19일의 장면은 농민들이 ‘가격표’만을 요구하는 싸움이 아니었다. 대책위는 협의의 복원, 약속의 이행, 숫자의 공개를 한 묶음으로 들이밀었다. 한편 고창 관내 민간 쌀 유통업체가 농협이 결정한 가격에 가마당(40킬로그램 조곡) 1000원을 더 얹어 사들이겠다고 예고한 대목도 함께 전해졌다. 대책위는 향후 농민 생존권이 걸린 나락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농협과의 공식 재협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거듭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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