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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진(고창군 세계유산과 고인돌유산팀장)
“신기하다. 이 거대한 돌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와서 옮긴 걸까?”
필자를 포함해 고창 고인돌유적지를 찾은 관람객들이 공통적으로 품는 의문 중 하나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유적지는 총 447기의 고인돌이 밀집 분포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대 고인돌 밀집지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고인돌이 주로 분포한 지역 상부에 자리 잡고 있는 채석장(採石場: 고인돌 축조의 원재료로 쓰였던 돌을 채석했던 장소)의 존재는 관람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
현재 고창 고인돌유적지 채석장에서는 약 80개소의 채석 흔적이 확인됐다. 서쪽 서산산성 주변의 경우 원암은 거의 확인되지 않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동쪽 봉우리 하단에는 원암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다. 관람객들은 접근이 용이한 서쪽 지역의 채석장을 탐방로를 통해 둘러볼 수는 있으나, 채석장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인돌이 존재하게 된 역사를 보여주는 채석장은 수천 년 전 선사시대 고인돌의 의미와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채석장 관련 조사·연구·활용 사례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고창군 역시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1999년 전주대학교 박물관과 협업해 채석장의 범위와 채석 흔적을 기록화한 바 있다.
다행히 최근 2024년부터 고창군은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 기조에 따라 2년간 항공 사진 촬영, 쓰리디(3D) 스캔, 채석 흔적 및 암석 분석 등 채석장 정밀 실측 조사를 진행하고, 종합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조사·연구에 박차를 가해 고대 고인돌을 가능하게 한 채석장의 역사적 가치를 밝히고, 이를 고창 지역의 문화·관광 유산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유적지 인근 채석장의 존재는 고인돌의 원산지, 성격, 발전사, 석재 이동 경로 등 향후 연구 분야를 제시한다. 따라서 채석장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채석장의 역사적 가치와 기술적 특성을 논의하며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둘째, 2년간(2024~2025) 진행된 정밀 실측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채석장 보존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채석장 주변 수형(樹形) 정비와 지형 변형 우려가 있는 수목 제거 등 위험 요소 정비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채석장 경관까지 복원해 후손들에게 그 가치를 온전히 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채석장의 교육적 활용과 관광 자원화다.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석장의 관광 자원화 사례는 많지 않다. 보호와 보존을 넘어 관광 산업이자 산업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 채석장(2006년 세계유산 등재)’과 산업혁명 시기 슬레이트 생산의 중심지로 광산·운송·주거지가 독특한 문화 경관을 형성한 ‘웨일즈 북서부의 슬레이트 경관(2021년 세계유산 등재)’을 참고한다면, 고창 고인돌유적지 채석장 역시 가치 창출과 관광 자원화 측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단계적 과정을 통해 채석장의 잠재적 가치가 조명된다면, 고창 고인돌유적지의 명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 단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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