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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신림면 월평마을 방장산 자락 합장골에 3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추진되면서 주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재해 위험과 생활권 침해를 이유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고, 개발업자는 행정절차를 진행하며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골짜기 하류에 마을과 저수지가 자리한 집수 지형에서 벌목과 절토가 예고되자 주민들은 “물길 위에 발전소를 얹는 셈”이라고 반발한다. 산자락 태양광이 안고 있는 재해 위험과 생활권 침해, 주민수용성 논쟁이 한 마을에서 압축돼 드러났다.
■“비 오면 물 한꺼번에 쏟아지는데”…합장골의 비명
태양광 부지는 개인 소유 토지다. 지목은 전(田·밭)이고, 위치는 방장산 자락 합장골이다. 지난해 12월 태양광 발전사업허가(전기사업허가)가 신청돼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1메가와트씩 3건, 총 3메가와트 규모다. 오는 3월경 만약 발전사업허가가 나올 경우,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개발행위허가가 뒤따른다.
합장골은 양쪽 산자락이 맞닿아 손을 모은 듯한 지형에서 이름이 붙었다. 입구는 좁고 안쪽은 깊다. 물이 모이는 전형적인 집수 구조다. 집중호우 때 유량이 한꺼번에 불어나는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본지가 지난 2월5일 성남마을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예부터 비만 오면 물길이 감당 못 할 정도로 쏟아지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부터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이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절개지·둠벙 매립…“흡수 없는 물길, 하류로 직행”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재해다. 절개지와 개발지가 생기면 빗물 흡수가 줄고 표면 유출이 늘어난다. 벌목과 절토가 이뤄질 경우 물은 곧바로 하류로 쏠린다. 태양광 추진 부지에 있던 둠벙도 이미 메워졌고 배수 계획도 충분치 않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토사가 유출되면 붕괴 위험이 상존하고, 붕괴 토사와 빗물이 함께 월평제를 덮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을은 저수지와 농경지를 끼고 있다. 침수는 곧 생계 피해로 이어진다.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토사 유출과 산사태·물난리는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게 주민들 시각이다. 골짜기 상부에 개발사업이 들어설 때 하류가 받는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다.
■소음·경관·재산…생활권 침해의 현실
재해 위험만이 쟁점은 아니다. 생활권 침해형 피해도 핵심 갈등 요인이다. 태양광 패널 자체는 소음이 없지만, 인버터와 변압기 등 부대 설비에서 저주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웅’ 하는 소리가 지속되면 체감 스트레스가 커진다. 대규모 패널이 집적되면 경관은 급격히 변한다. 농촌과 전원주택지 특유의 풍경이 사라진다. 생활 만족도 저하와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
재산권 문제도 연결된다. 시설과 인접한 주택과 토지가 거래에서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가격 하락을 법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체감 불안은 이미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지와의 거리 확보, 경관 보호 대책, 사전 주민협의절차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익으로 제시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주민 생활권 보호 사이의 균형이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길 막힌 대화…소송·고소까지 번진 갈등
사업자와 주민 사이 신뢰는 무너진 상태다. 인접 가구들이 반대하자, 태양광 부지와 진입로의 필지가 하나라는 특성 때문에 인접 가구들에 진입로 사용료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업무방해 혐의로 마을이장과 노인회장에 대한 고소도 진행됐다. 경찰 조사를 거쳐 현재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갈등은 행정절차를 넘어 이미 법정으로 옮겨갔다.
월평마을은 전체 40여 가구 중 31가구 서명을 받아 태양광 설치 반대 집단 탄원서를 군청에 제출했다. “개인의 개발 이익을 위해 공동체 전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행정이 피해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을 해 달라는 요구다.
■조례의 거리, 체감의 거리
‘고창군 계획 조례 별표 26’에 따르면 발전시설은 도로에서 300미터(농어촌도로 200미터), 주거밀집지역에서 300미터 이격해야 한다. 주거밀집지역은 전입신고가 완료된 5호 이상 주택이 밀집하고, 주택 간 직선거리 50미터 이내인 곳이다. 형식상 기준은 명확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 피해가 보호돼야 한다면 주택 피해도 보호돼야 한다”고 말한다. 1~2가구가 사는 개별 주택의 경우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단독 주택 한 채라도 100미터 이격을 두는 사례도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여러 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주민 의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전성과 주민 생활 영향을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 공통의 쟁점…산자락 태양광의 입지 문제
산자락 태양광은 전국 지자체에서 갈등과 불허 사례가 가장 많은 입지다. 쟁점은 태양광의 유해성이 아니라 입지 부적정성이다. 절토·성토로 지반이 약화되고, 집중호우 시 토사 유출과 침수 위험이 커진다. 실제 산지 태양광 현장에서 산사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재해 예방은 공익 우선 원칙이다.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가 발전사업보다 앞선다. 물길이 집중되면 배수 체계가 붕괴된다. 산지 화재 시 소방 접근성 부족으로 진압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조망권·경관권 훼손, 저주파 소음, 재산권 하락 우려, 낮은 주민수용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중앙정부·지자체 모두 주민수용성 중시 정책을 펴고 있다. 설명회 미흡과 동의율 저조, 집단 민원은 법적 쟁점은 아닐지라도 행정절차 시 검토될 수밖에 없다.
■행정의 선택, ‘찬반’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
심덕섭 군수는 1월15일 신림면민과의 나눔대화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월평마을의 태양광 관련 민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양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도로 사용료를 소급해 내라고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얄팍한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군에서 민원인 편에 서서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 수장의 공개 입장은 주민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
월평마을 태양광 논란의 본질은 찬반의 감정 싸움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위험 앞에서 행정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입지의 부적정성’으로 귀결된다. 전국적으로 산자락 태양광이 불허되는 핵심 이유는 재해 위험, 생활권 침해, 낮은 주민수용성이다. 월평마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지켜온 평안이 태양광 패널 아래 묻히지 않기를, 행정이 법 뒤에 숨지 않고 주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선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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