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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에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시대, 지갑 열기가 두려운 서민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공공요금까지 모든 것이 치솟는 고물가의 파고 속에서도 묵묵히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며 지역 물가의 방파제 역할을 자처하는 이들이다. 바로 고창군 곳곳에서 ‘착한 가격’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착한가격업소’와 이들의 구심점인 ‘고창군착한가격업소모임회’다. 이들은 단순한 저가 정책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단단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고창군이 지역 물가안정과 소상공인 상생을 위해 ‘착한가격업소’ 지정을 대폭 확대했다. 2024년 25개소이던 착한가격업소를 음식점·미용실 중심으로 현재 56개소로 늘려 전북특별자치도 내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지역상권에 가격 안정 흐름을 넓혀가며 서민들의 생활 부담 완화에 힘쓰고 있다. 고창군은 물가 상승기에 착한가격업소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지원과 이용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뚝심으로 지켜낸 가격표, 그 속에 담긴 ‘철학’
고창군 관내 착한가격업소들의 메뉴판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밀가루·식용유·채소 등 식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지만, 이곳의 가격표는 요지부동이다. 업주들이 가격 인상의 유혹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진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동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단골손님’과 ‘이웃’ 때문이다. 매일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과 오랫동안 찾아준 어르신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착한 고집’이 이들의 경영 철학이다.
이러한 가격 유지는 업주 개인의 뼈를 깎는 노력과 희생이 동반된다. 가족이 함께 일하며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거래처를 직접 챙기며 원가를 낮추고, 수익보다 지역 단골과의 관계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버텨낸다. 한 번에 큰 이익을 남기기보다 꾸준한 손님과 신뢰를 지키는 선택이 반복된다. 즉, ‘착한 가격’은 낮은 품질의 결과가 아니라 업주의 노동과 책임이 축적된 결과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착한가격업소를 단순한 ‘가성비 식당’이 아니라 동네를 함께 지탱하는 ‘고마운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모임회’로 뭉친 소상공인,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다
개별 업소들의 노력이 ‘점’이라면, ‘고창군착한가격업소모임회’(회장 백현숙)는 이들을 연결해 ‘선’과 ‘면’으로 확장하는 구심체다. 모임회는 업주들이 겪는 고충을 공유하고 경영 노하우를 나누며 서로를 다독이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이들의 활동은 가게 문턱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으로 뻗어 나간다. 모임회는 정기적으로 물가 안정 캠페인을 전개하며 건전한 소비 문화를 주도한다. 또한 지역 내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앞장선다. 수익의 일부를 쪼개어 독거노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재능 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내가 조금 덜 벌더라도 다 함께 잘 살자’는 상생의 가치가 협의회를 통해 실천으로 옮겨진다.
올해도 모임회의 봉사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고창군과 착한가격업소 회원들이 2월12일 관내 사회복지시설(아름다운마을·희망샘학교·요엘원)을 방문해 생필품과 식료품, 의류 등을 전달했다. 고창군착한가격업소(54개소) 모임은 2011년부터 매년 설‧추석 명절과 연말연시마다 한 차례도 빠짐없이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5년간 지속된 정기적 봉사는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1월26일에는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기금 2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지역 환원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고창군의 든든한 지원 사격,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다
소상공인들의 헌신에 고창군 행정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화답하고 있다. 군은 착한가격업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한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곳에는 인증 표찰 교부와 함께 쓰레기 종량제 봉투 지원, 상하수도 요금 감면, 맞춤형 물품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고창군은 착한가격업소에 정부 지원금에 군비를 추가 확보해 업소당 최대 20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도내 최고 수준의 지원 규모로, 타 시군이 110만 원 내외를 지원하는 것과 비교해 한층 강화된 정책이다.
특히 고창군은 노후화된 시설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지원 폭을 확대하는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군청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홍보 지원은 물론,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착한가격업소 이용 주간’을 운영하는 등 매출 증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은 착한가격업소 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물가 안정 모델로 정착하는 토대가 된다.
착한 소비가 만드는 선순환, 착한 소비가 지키는 동네 경제
착한가격업소와 모임회의 노력은 결국 소비자의 ‘착한 소비’로 완성된다. 군민들이 이들 업소를 자주 찾고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역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가치 소비의 실천이다. 고창군은 앞으로도 신규 착한가격업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협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물가 안정 모범 도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할 방침이다.
백현숙 모임회장은 “2011년 처음 시작할 당시 ‘지역과 함께 가는 가게가 되자’는 다짐을 했다”며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를 돌아보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꾸준한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심덕섭 군수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온 업소 대표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군에서도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물가라는 긴 터널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밝힌 ‘착한 가격’의 등불은 고창군 전역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오늘 점심, 우리 동네 착한가격업소에서 따뜻한 백반 한 그릇으로 그들의 ‘착한 고집’을 응원해보는 일. 그것이 고창 경제를 지키고 우리 이웃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선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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