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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하루 종일 내려도 달집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정읍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통 세시풍속을 잇는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며 도시 곳곳이 농악 소리와 달빛,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으로 물들었다. 정읍천에서 시작된 달맞이 문화제의 열기는 다음 날 읍면 마을 행사로 이어지며, 시민들이 한데 모여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봄비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정읍 달맞이 문화제’
3월2일 정읍천 어린이축구장 일원에서는 ‘2026 정읍 달맞이 문화제’가 시민 참여 속에 열렸다. 정읍문화원(원장 김영수)이 주최·주관하고 정읍시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종일 이어진 봄비 속에서도 우산을 쓴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으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당초 우천으로 안전 우려가 제기됐지만 행사장은 질서 있게 운영됐고 주요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 빗속에서도 이어진 참여 행렬은 지역사회가 전통문화를 지키는 방식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통놀이 전국대회는 이날 축제 분위기를 가장 먼저 끌어올린 프로그램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윷놀이·제기차기·투호 등 3개 종목에서 경쟁을 벌였고, 관람객들의 응원과 박수가 경기장을 채웠다. 대회에서는 모두 12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이학수 시장이 직접 최우수상을 시상하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전통 놀이가 단순한 체험을 넘어 경쟁과 교류의 장으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무대 공연과 전통 의식 역시 비바람 속에서도 차분하게 이어졌다. 정읍시립국악단의 식전 공연이 축제의 문을 열었고 시민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안녕기원제’가 엄숙하게 봉행됐다. 이어 달집태우기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달집 주변으로 농악단의 풍물과 시민들의 강강술래가 어우러지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밤공기 속에서도 불꽃은 높이 치솟았고, 시민들의 환호는 그보다 더 크게 번졌다.
행사장 체험 부스도 하루 종일 북적였다. 방문객들은 떡국과 오곡밥, 부럼, 쌍화차 등 대보름 음식을 나누며 명절 분위기를 나눴다. 토정비결 체험과 소원지 작성, 떡메치기와 연날리기,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 쥐불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음식과 체험, 전통 의식이 함께 어우러지며 축제 공간은 하루 동안 작은 대보름 마을처럼 움직였다.
신태인·덕천·감곡…마을마다 이어진 대보름 불꽃
3월3일에는 신태인읍과 덕천면, 감곡면 등 정읍 곳곳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이어졌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행사장은 농악 소리와 달집 불꽃으로 가득 찼고, 각 지역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새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이 이어졌다. 도시 중심 행사에서 시작된 대보름 분위기가 읍면 마을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셈이다.
신태인읍에서는 신태인체육관 앞 광장에서 이장협의회(회장 정진균) 주관으로 민속 큰잔치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학수 시장과 임승식 도의원, 시의원, 기관·단체장, 읍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지역 발전과 건강을 기원했다. 정읍시립농악단의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찰밥 나눔과 고천제, 소원 빌기 등이 이어졌다. 달집태우기 순간에는 주요 내빈들이 직접 점화에 나서며 축제의 열기가 절정에 올랐다.
덕천면 용곡마을에서는 같은 날 제23회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주민들은 오후 2시부터 전통 놀이로 흥을 돋웠고 저녁 6시30분에는 황토현 농악단원 20여명이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저녁 8시 소나무와 대나무, 볏짚을 엮어 만든 높이 10미터 달집에 불이 붙자 밤하늘을 향해 불꽃이 치솟았다. 주민들은 폭죽놀이와 함께 지난해의 묵은 액을 태우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감곡면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농악 소리가 마을 골목을 따라 이어졌다. 감곡면 농악단은 면사무소 앞 광장을 출발해 마을 곳곳을 돌며 길놀이 공연을 펼쳤다. 농악단의 힘찬 장단은 면민들의 무사 안녕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북과 징 소리가 울릴 때마다 주민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번졌다.
“대보름이 만든 공동체의 시간”
이학수 시장은 “이번 정월대보름 행사가 시민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고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는 화합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수 정읍문화원장도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이 끝까지 함께해 주며 공동체의 따뜻한 정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읍에서 이어진 이틀간의 대보름 행사는 전통이 박물관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화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정읍천의 빗속 달집에서 시작된 불빛은 신태인과 덕천, 감곡의 마을 하늘로 이어졌고, 시민들은 그 불빛 아래서 한 해의 소망을 함께 태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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