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3월11일 고수면 어울림센터에서 열린 태경 주민설명회는 시작부터 반발에 직면했다. | | ⓒ 주간해피데이 | |
|
|
폐기물처리시설 확장을 둘러싼 고창군의 군관리계획 결정 절차는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주민 반발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용도변경이 막힌 자리에 군관리계획이 길을 열었지만, 주민 인지와 수용성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계획 결정과 주민 체감 사이 간극이 드러나면서 사업 추진의 향배가 갈림길에 섰다.
■용도변경 제약 속 군관리계획으로 확장 추진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부지 확장은 기존 용도지역 체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시설 특성으로 인해 용도변경 방식이 사실상 제한됐다. 고창군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2024년 8월 군관리계획 재정비 절차에 착수해, 고수면 ㈜태경과 신림면 ㈜대림환경, 성내면 ㈜진영이엔티 등 3곳의 부지 확장을 계획에 반영했다. 주민공청회도 진행하고, 군의회도 의견청취도 통과했지만, 관계기관 협의 지연으로 결정이 장기화됐다.
이에 고창군은 2025년 8월 ‘군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을 재입안해 행정절차를 재개했고, 9월까지 주민의견을 접수했으나 별도 의견은 없었다. 다만 이후 현장에서는 “내용을 몰랐다”는 반응이 확인되며, 형식적 절차와 실질적 인지 사이 간극이 드러났다. ‘군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이 사실상 ‘폐기물처리시설 부지 확장’이라는 것을 일반 주민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 필요성”으로 입지 허용…특혜 논란도 병존
군관리계획 결정은 해당 부지를 ‘폐기물처리시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공식 지정하는 절차로, 입지 타당성과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시설 입지 자체를 계획 단계에서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군계획시설로 결정되면, 원래 해당 용도지역에서 금지된 행위라도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시설 설치가 가능해진다. 고창군은 “관내 생활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공고했다.
이 방식은 공공 필요성을 근거로 시설 입지를 열어주는 대신, 특정 업체 확장을 공공기반시설로 포장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비판적으로 보면, 폐기물 처리는 군민 전체를 위한 필수 공공 서비스라는 명분을 세움으로써,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을 ‘공공 기반시설 확충’이라는 논리로 방어할 수 있다. 행정의 논리는 명확하지만, 주민 설득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대림·진영 통과, 태경은 보류…“진입로 및 협의 부족” 지적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는 업체별로 결과가 갈렸다. 대림환경 4만3944제곱미터와 진영이엔티 2만7807미터는 조건부 통과돼 3월13일 지형도면 고시까지 마쳤다. 반면 태경 4만9734제곱미터는 구역 조정과 진입로 문제, 주민 협의 부족이 지적되며 보류 결정이 내려졌고, 주민설명회 개최도 요구됐다. 결국 동일한 절차를 밟은 세 사업 가운데 실제 진행 여부는 ‘현장 조건’과 ‘주민 수용성’에서 갈렸다. 계획 입안 단계에서는 일괄 추진됐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개별 변수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처음 듣는다” 설명회 파행…20년 누적된 불만 폭발
3월11일 고수면 어울림센터에서 열린 태경 주민설명회는 시작부터 반발에 직면했다. 지촌·예지마을 주민들은 “처음 접한 황당한 내용”이라며 정보 전달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고, 마을 이장은 “주민 모르게 추진된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좁은 도로에서의 분진과 교통 위험, 장기간 누적된 생활 피해도 동시에 제기됐다.
주민들은 “20여년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대형 트럭으로 일상 불안이 이어졌다”, “축사와 하우스, 농토 피해가 지속됐다”고 주장하며 확장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과거 톱밥 생산으로 주민들이 동의했으나, 언젠가 폐기물처리장으로, 그리고 이제는 1만평 정도 확장이라니 억장이 무너진다” 등 설명회장은 분노가 표출되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피해 대책·노선 조정 요구…“협의 없으면 상정 불가”
주민들은 야적장 덮개 설치와 비산먼지 저감, 강우 시 오폐수 유출 차단, 소음 저감, 대형 덤프트럭 운행노선 조정 등을 요구했다. 인근 양계장과 호두·감나무 재배지, 한라봉 하우스단지 등도 피해를 호소하며 생활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경은 “사전 피해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민과 협의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고창군 도시디자인과는 “주민 협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도시계획위원회 재상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행정절차를 더 이상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획 결정의 마지막 관문이 ‘현장 합의’로 수렴되고 있다. ‘군관리계획’은 길을 만들었지만, 그 길을 실제로 갈 수 있을지는 ‘군관리계획’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민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군계획시설(폐기물처리시설)로 결정되면 실시계획인가 절차에 들어간다. 실시계획인가는 해당 시설을 구체화하는 핵심 단계로, 환경성 검토를 포함해 설계도면을 군청에 제출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 과정이다. 이후 개발행위허가와 건축허가 절차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