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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4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정읍과 고창의 시장·군수 대진표가 마침내 확정되었다. 정읍은 이학수와 김민영, 고창은 심덕섭과 유기상의 재대결이다(무소속으로 정읍에는 김재선·최용운, 고창에는 장명식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숙명의 리턴 매치를 펼치는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누가 더 상대를 잘 공격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유권자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깊이 새기느냐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정읍의 이학수 후보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출되며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김민영 후보는 일찌감치 조국혁신당 공천이 확정되어 지난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고창은 이미 군수를 역임했거나 현재 군수직을 수행 중인 전·현직 수장들의 맞대결로 압축되었다.
결국 민주당과 혁신당의 뒷배와 각자의 개인기로 승부해야 된다. 유권자들은 이미 지난 선거와 시·군정 활동을 통해 이들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가 자칫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자조적인 평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익숙한 얼굴들이라는 사실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이 아닌, 오히려 더 노련하고 정교해진 정책 대결이라는 기대감으로 다가가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다.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민심의 바다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철옹성 같던 지지세도 오만과 독선 앞에서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적극 지지층이 아니라면 많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냉정하게 살피며 언제든 마음을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 후보자들은 과거의 지지율이나 공천 결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민심의 흐름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선거 기간 동안 열리는 토론회와 다양한 창구는 후보자의 자질을 가늠하는 건전한 비판과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후보의 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 송곳처럼 날카롭게 물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비판을 가장한 ‘아니면 말고’ 식의 비난이나 무분별한 네거티브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근거 없는 폭로로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고 유권자의 눈을 가리려는 행태를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검증은 치열하되 비난은 비열해서는 안 된다.
이제 유권자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할 것은 ‘후보의 과오’가 아닌 ‘내 삶을 바꿀 비전’이다.
첫째, ‘내 삶의 질’을 바꾸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실질적으로 나의 소득이 어떻게 늘어날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복지가 어떻게 개선될지를 묻고 있다. “누가 되어도 똑같다”는 냉소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후보라면 내 삶이 바뀌겠다”는 확신을 주는 명확한 로드맵뿐이다.
둘째, 네거티브는 유권자의 상실감만 키울 뿐임을 자각해야 한다. 상대를 부정하기보다 자신의 비전을 증명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비방으로 점철된 선거판은 유권자들에게 심각한 정치 혐오와 상실감을 안겨주며, 이는 결국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셋째, 당당한 정책 대결로 ‘정치적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 유권자는 고요하게 지켜보고 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민심의 문은 닫힌다. 반면, 상대의 좋은 정책은 수용하고 자신의 부족함은 대안으로 보완하는 당당함은 유권자에게 신선한 희망을 준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과거의 인물들이 다시 붙는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신과 부정의 고리를 끊고 정읍과 고창의 새로운 100년을 약속하는 ‘희망의 서사’가 기록되어야 한다. 자극적인 네거티브는 찰나의 소음으로 사라지지만, 진정성 있는 정책은 시민의 삶 속에 역사로 남는다. 정책으로 빛나고 비전으로 기억되는 시장·군수의 탄생을, 우리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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