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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군의 첫 승전지였던 정읍 황토현이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북소리와 함성, 농악과 춤, 그리고 “사람이 하늘”이라는 132년 전 외침이 사흘 내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일대를 울렸다. 정읍시는 5월9일부터 11일까지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59회 동학농민혁명기념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올해 기념제는 ‘다시, 사람이 하늘이다’를 구호로 내걸고 동학의 평등 정신과 자주독립 의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역사와 문화, 세대를 잇는 전국 단위 축제로 펼쳐졌다.
511인의 진군…황토현 뒤흔든 ‘그날의 함성’
축제의 중심은 첫날 오후 열린 ‘그날의 함성’ 511인 기획공연이었다. 정읍 시민과 청소년, 지역 예술인, 읍·면·동 농악단 등 511명이 참여한 대규모 진군 행렬은 동학농민군의 기개와 결의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참가자들은 황토현 전적지를 가득 메운 채 북과 꽹과리 소리에 맞춰 행진했고, 관람객들은 길목마다 발걸음을 멈춘 채 행렬을 지켜봤다. 행렬 끝자락에서 펼쳐진 용오름 공연과 선언문 낭독은 현장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수백명의 행렬과 관람객이 하나로 뒤섞인 순간, 황토현은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거대한 광장으로 변했다.
청소년 토론부터 농악·댄스까지…동학 정신, 미래세대와 만나다
기념제는 단순 재현 행사에 머물지 않았다.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와 댄스 경연, 농악 경연, 사생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학의 가치를 미래 세대와 연결했다. 청소년 토론대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현대적 의미와 발전 방향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참가 학생들은 평등과 자주, 공동체 정신이 오늘날 사회에 어떤 가치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의견을 나눴다.
전국 댄스 경연대회와 농악 경연대회는 혁명의 에너지를 현대적 몸짓과 전통 가락으로 풀어냈다. 무대마다 청소년과 지역 주민, 관광객이 뒤섞이며 세대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행사장은 대동단결의 열기로 가득 찼다. 마지막 날 열린 사생대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혁명의 정신을 화폭에 담아냈다. 어린 참가자들이 그린 황토현과 농민군의 모습은 축제를 넘어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장면으로 이어졌다.
말목장터·달빛장터·야간조명…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축제장
행사장 곳곳은 체험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채워졌다. 옛 말목장터를 재현한 체험 공간에는 먹거리와 전통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달빛장터’는 늦은 밤까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밤이 되자 행사장은 또 다른 풍경으로 변했다. 야간 경관 조명 ‘1894로의 여행’이 공원 일대를 비추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조명 아래를 거닐며 기념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은 빛으로 물든 공원 곳곳을 뛰어다녔다.
정읍시립국악단·대중가수 공연까지…역사축제의 외연 넓혔다
축제 열기는 공연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손태진과 조째즈, 먼데이키즈, 경서, 허각 등 대중가수들의 축하공연은 젊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정읍시립국악단 특별공연 ‘천명’은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무대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정읍시는 이번 기념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을 과거의 역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오늘의 문화와 공동체 안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가치로 확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유호연 정읍시장 권한대행은 “혁명 132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기념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가 계승해야 할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혁명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정읍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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