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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서문을 지나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흙 냄새가 배어 있는 작업실과 쪽빛이 스며든 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손길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관광객은 여행자가 아니라 체험자가 되고, 전통은 유리 진열장 속 전시물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만드는 생활문화가 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고창군 전통예술체험마을이 누적 방문객 3만명을 돌파하며 고창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창읍 서문2길 14, 고창읍성 서문 인근에 위치한 전통예술체험마을은 전통문화와 공예, 무형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6월8일 고창군 문화예술과(과장 고미숙)에 따르면, 개관 이후 꾸준히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단순한 체험시설을 넘어 지역 문화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손끝에서 살아나는 전통의 시간
체험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예술을 ‘보는 문화’가 아닌 ‘직접 경험하는 문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명인·명장이 운영하는 도예체험과 천연염색 체험, 전북특별자치도 지정 무형유산인 자수체험이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예체험장에서는 물레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흙이 새로운 형태를 얻는다. 참가자들은 물레체험과 일반 도예체험, 도자기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흙을 만지고 빚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손끝에서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전통 공예가 지닌 창작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천연염색 체험은 자연의 색을 입히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 체험이 된다. 쪽 산수화 염색과 댕기 실크스크린 염색, 무지개 염색, 에코프린팅 염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자연에서 얻은 색채가 천 위에 스며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인공적인 색이 아닌 자연이 만든 색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관심도 높다.
전통예술체험마을의 또 다른 축은 자수체험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북특별자치도 지정 무형유산 전승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상보 수놓기부터 찻잔받침과 브로치, 열쇠고리, 팔찌 만들기까지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예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체험을 넘어 전승과 전문가 과정도 별도로 운영되면서 무형유산 계승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체험마을에서 축제로, 문화의 외연 넓히다
이곳은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모사업을 연계하며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예주간과 한복주간 기획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혔다.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체험마을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명절 기간 운영된 ‘한가위 놀이마당’을 비롯해 ‘제3회 고창치유문화축제’, ‘고창 겨울 별빛마을’ 등은 전통문화 체험과 야간경관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문화관광 모델을 선보였다. 체험과 공연, 전시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체류형 관광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약은 더 편하게, 콘텐츠는 더 풍성하게
올해는 공간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체험마을 내 공용체험공간인 ‘해뜰채’를 활용해 기존 상설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공예·문화 체험이 새롭게 운영될 예정이다. 체험 콘텐츠의 폭을 넓혀 재방문 수요를 높이고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용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구축된 홈페이지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체험객들이 프로그램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마을 주차장 인근에는 화장실과 관광안내판이 설치돼 방문객 편의성도 높아졌다. 문화 콘텐츠 확충과 함께 이용객 중심 환경 조성이 병행되면서 체험마을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3만명이 찾은 이유, 전통을 현재로 바꾼 힘
전통예술체험마을의 성장에는 고창이 보유한 전통문화 자산을 현대적 체험 콘텐츠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깔려 있다.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통을 현재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방문객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심덕섭 군수는 “전통예술체험마을은 지역의 소중한 전통문화와 무형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가 찾는 대표 문화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창읍성 곁에 자리한 전통예술체험마을은 오늘도 물레를 돌리고 천에 색을 입히며 전통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개관 10개월 만에 3만명이 다녀간 이 공간은 이제 전통을 배우는 체험장을 넘어, 고창의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마을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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