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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흥덕면 생가터에 다시 만정(晩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 판소리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국창 김소희 명창을 기리는 추모의 자리에 유족과 제자, 국악인,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그의 예술 세계와 삶을 되새겼다. 고창군과 전북특별자치도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동리문화사업회가 주최·주관한 ‘국창 김소희 선생 서거 31주기 기념행사’가 지난 6월20일 고창군 흥덕면 김소희 생가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심덕섭 고창군수를 비롯해 조민규 고창군의회 의장과 군의원, 신유섭 동리문화사업회 이사장, 박윤초 명창, 신영희 명창 등 국악계 인사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박윤초 명창은 김소희 선생의 딸이며, 신영희 명창은 김소희 선생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기념식에 이어 열린 축하공연은 김소희 명창이 남긴 예술적 유산을 현재의 무대로 연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만정제 판소리의 맥을 잇고 있는 소리꾼 남상일과 고창출신 여성판소리그룹 비조채선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참석자들은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과 현대적 해석이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김소희 명창이 남긴 소리의 가치를 되새겼다.
김소희 명창은 1917년 고창군 흥덕면에서 태어났다. 뛰어난 소리 재능을 바탕으로 한국 판소리를 대표하는 여성 명창으로 성장했으며, 끊임없는 수련과 자기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기·예능 보유자로 지정되며 국가적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이후 파리국제민속예술제와 유럽 순회공연, 동경올림픽 공연, 미국 카네기홀 공연, 미국 독립기념 순회공연, 서울올림픽 폐막공연 등에 참여하며 한국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근현대 판소리 발전 과정에서 여성 국악인의 위상을 높이고 판소리의 예술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소희 명창은 1995년 4월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현재 묘소는 고창읍 노동리 화산에 있으며, 위패는 선운사에 봉안돼 있다. 동리문화사업회는 판소리 여섯 마당 사설을 집대성한 신재효 선생과 김소희 명창을 비롯한 고창 출신 명창들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판소리 문화유산을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유섭 이사장은 “대한민국 판소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판소리의 본 고장으로서 전통문화 진흥과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념행사는 한 명창을 추모하는 자리를 넘어 고창이 간직한 판소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계승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김소희 명창이 남긴 소리와 정신은 생가터를 찾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며 판소리 본고장 고창의 문화적 뿌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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