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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전란 속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선조들의 발자취가 434년이 지난 오늘 다시 시민들과 만났다. 정읍시는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을 목숨 걸고 지켜낸 안의·손홍록 선생의 헌신을 기리며 국가유산 보존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정읍시가 주최하고 정읍문화원이 주관한 ‘조선왕조실록 이안 기념행사’가 지난 6월20일 내장산 일원에서 열렸으며, 22일에는 남천사에서 숭모제향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남은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을 내장산으로 옮겨 보존한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국가유산 수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내장산에 되살아난 실록 이안의 역사
6월20일 내장산 탐방안내소 일원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시민과 관광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정읍시립국악단과 클랑앙상블의 식전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캐런무용단이 선보인 검무 공연이 무대에 올랐으며, 본 행사에서는 메아리극단이 조선왕조실록을 피난시키는 과정을 연극으로 재현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기념식 이후에는 사전 신청한 시민 100여명이 백성들의 민복을 입고 일주문에서 용굴암까지 이어지는 이안 행렬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실록 내용을 담은 두루마리를 직접 들고 걸으며 1592년 선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나섰다.
행사장 곳곳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일월오봉도 부채 만들기, 우리집 왕 그리기, 느린 우체통, 전통놀이, 주먹밥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으며,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정읍문화원은 이와 함께 실록 수호 과정에서 정읍이 수행한 역할을 정리한 기록집 『조선왕조실록 수호의 길』 1천부를 발간해 지역 학교와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등에 배부할 계획이다.
■전주사고본 지켜낸 두 선비의 헌신
조선왕조실록 수호의 역사는 1592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 가운데 대부분이 전란으로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 정읍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전주사고마저 불탈 상황에 놓이자 같은 해 6월22일 마을주민 20여명과 뜻을 모아 실록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겼다. 이후에도 전쟁 상황이 계속되자 이들은 은적암과 비례암 등 더욱 깊은 산중으로 실록을 옮기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록을 안전하게 보존했다. 이들의 결단과 헌신 덕분에 전주사고본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유일하게 보존된 조선왕조실록으로 남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기려 안의와 손홍록이 실록과 태조 어진을 내장산으로 옮긴 6월22일을 지난 2018년 ‘국가유산 지킴이의 날’로 지정했다.
■숭모제향 통해 선조들의 뜻 기려
22일에는 남천사에서 안의·손홍록 선생의 공적을 기리는 숭모제향이 엄숙하게 봉행됐다. 정읍문화원 관계자들과 탐진 안씨, 밀양 손씨, 도강 김씨 문중 후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 제례 절차에 따라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했다. 김영수 정읍문화원장은 “안의와 손홍록 선생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개인의 재산을 아끼지 않고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정읍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라며 “앞으로도 이안 행사가 품은 역사적 의미를 지속해서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수 시장은 “조선왕조실록 보존은 국가유산을 지켜낸 민간의 자발적인 헌신이 만들어낸 값진 역사”라며 “선조들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시민들이 다 함께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434년 전 내장산으로 이어졌던 실록 수호의 길은 오늘날 국가유산 보존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정읍시는 이안 기념행사와 숭모제향을 통해 안의와 손홍록 선생이 보여준 책임과 헌신의 정신을 시민들과 공유하며,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역사적 의미를 현재와 미래 세대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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