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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칠보면을 가르는 경운기 한 대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30년을 가족으로 살아온 두 어르신의 삶을 싣고 달리는 동반자이며, 희미해져 가는 공동체의 온기를 일깨우는 일상의 풍경이 되고 있다.
정읍시 칠보면에서는 매일 아침 정정철(92) 어르신이 경운기를 몰고 고육동(86) 어르신을 태워 마을을 둘러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칠보면 주민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세월 함께한 ‘단짝’으로 통한다.
매일 아침 울려 퍼지는 경운기 시동 소리와 함께 정 어르신은 고 어르신을 적재함에 조심스럽게 태운 뒤 길을 나선다. 두 사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무성서원 앞길을 지나 동진강 변을 따라 천천히 달린다. 지적장애와 거동이 불편한 고 어르신이 집 안에만 머물지 않도록 정 어르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두 사람에게 이 경운기는 세상에 하나뿐인 전용 자가용이다.
두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은 가족보다 길고 깊다. 이들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갈 데 없이 어려운 처지에 있던 고 어르신을 정 어르신 가족이 집으로 데려오면서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세상을 떠난 정 어르신의 아내는 생전 고 어르신을 친가족처럼 정성껏 돌봤다. 그 따뜻한 보살핌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끊기지 않았다. 정 어르신은 지금도 하루 24시간 고 어르신 곁을 지키며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경운기가 지나가는 길에는 거창한 말도,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성서원 앞길과 동진강 변을 함께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혈연보다 오래 이어진 인연이 어떻게 가족이 되는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주민들에게도 이들의 일상은 오랫동안 익숙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마을 풍경으로 남아 있다.
안용운 칠보면장은 7월9일 “매일 출근길마다 마주하는 두 분의 경운기 나들이야말로 칠보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며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30년을 함께한 두 어르신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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