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
|
농업은 계절을 기다리지 않는다. 병해충은 행정 일정에 맞춰 발생하지 않고, 저온과 가뭄, 장마는 예고 없이 들녘을 덮친다. 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가 생긴 뒤의 행정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곁에 있는 기술이다. 지난 3월 운영을 재개한 정읍시 농업인상담소가 다시 농업 현장으로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복지센터 안에서 민원을 접수하던 공간을 넘어 농업인의 논과 밭으로 직접 찾아가는 현장 중심 농촌지도가 다시 자리를 잡으며, 상담소는 농업인의 가장 가까운 ‘작물 주치의’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현장으로 돌아온 농촌지도, 8개 권역에서 다시 시작
정읍시는 “지난 3월 농업인상담소 운영을 재개하고 신태인읍·감곡면, 북면·정우면, 입암면·소성면, 고부면·영원면, 덕천면·이평면, 태인면·옹동면, 칠보면·산내면·산외면, 동 지역 등 모두 8개 권역에서 병해충 진단과 영농기술 지원, 농촌진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7월15일 밝혔다.
시는 상담소 운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력직 직원을 우선 배치했다. 무엇보다 농업인이 상담소를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영농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농업기술센터’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농업인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작물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기술지도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병해충 방제부터 청년농 육성까지…농촌진흥 기능 한곳에
상담소는 단순한 상담 창구가 아니다. 농업기술 현장지도를 비롯해 기존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담당했던 농촌진흥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 벼 병해충 공동방제와 채소·과수 검역 대상 병해충 및 돌발해충 방제, 식량작물 보급종 공급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한다.
농업인의 교육과 인력 육성 기능도 함께 맡고 있다. 후계농업인과 청년창업농 지원사업 신청을 접수하고 각종 전문교육도 안내한다. 농촌지도자회와 생활개선회, 4-에이치회 등 읍·면 학습단체를 대상으로 과제교육과 현장교육을 추진하며 지역 농업의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귀농·귀촌인과 청년창업농에게는 영농기술은 물론 관련 지원사업을 안내해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돕는다. 기술 지원과 인력 양성, 지역 농업조직 육성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상담소는 단순히 병해충을 진단하는 기관을 넘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현장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벼·고추·논콩까지…작물별 맞춤 기술로 현장 대응
농업인상담소의 진가는 농작물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 순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벼 이앙 이후 저온 피해로 모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가 늦어지거나 생리장애가 발생하면 담당 지도사가 현장을 찾아 피해 원인을 진단하고 관리 방법을 안내한다. 책상 위 자료보다 논바닥의 흙을 먼저 살피는 현장 대응이 이뤄지는 것이다.
고추에서는 바이러스병을 진단하고 병징을 확인해 적절한 방제 방법을 안내한다. 논콩 재배 농가에는 종자 알선부터 초기 입모 관리, 잡초 방제 등 생육 단계에 맞춘 기술지원을 이어간다. 작물마다 생육 특성과 재배 환경이 다른 만큼 상담소의 기술지도도 현장 여건에 맞춘 맞춤형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계절 변화에 따른 피해 예방 활동도 이어진다. 봄철에는 가뭄으로 인한 생육 이상과 병해충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장마철에는 배수 관리와 병해충 방제기술을 집중 지도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농업 환경에서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기술지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기술’이 만든 변화…농촌지도의 본래 역할 회복
농업인상담소 운영 재개는 단순히 조직 하나를 다시 세운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인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듣고, 가장 빠르게 현장으로 달려가는 농촌지도의 본래 기능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장에는 작물마다 다른 생육 조건이 있고, 농업인마다 다른 고민이 있다. 같은 병해충이라도 발생 원인과 대응 방법은 농지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문제를 책상 위 보고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직접 논과 밭을 찾고 작물을 살피며 기술을 처방하는 상담소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시는 앞으로도 농업인의 어려움을 가까운 곳에서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현장 중심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병해충 진단과 기술지도, 청년농 육성, 농촌진흥사업을 연결하는 농업인상담소의 기능이 강화될수록, 농업인의 불편은 줄고 지역 농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