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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개발 석산 2배 확대, 성송 주민들은 왜 멈춰 세우려 하나
30년 석산·아스콘 공장에 쌓인 주민 우려…주거지·학교·문화재 인접, 진입로·환경 문제 제기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11일(화)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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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산을 더 깎는 문제는 산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발파 진동이 집으로 전해지는지, 분진이 농경지에 내려앉는지, 대형 차량이 학교 앞을 오가는지, 오래된 진입로를 실제로 사용할 권리가 확보됐는지가 주민들의 하루와 맞닿아 있다. 성송면 주민들이 이번 석산 확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개발 규모에 대한 논쟁보다 이미 석산과 아스콘 공장이 자리 잡은 생활권에 추가 개발을 허용해도 주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세영개발이 고창군 성송면 계당리 일대에서 30년간 운영해 온 석산의 토석채취 면적을 기존 허가 면적의 2배 규모로 확대하는 허가를 신청한 가운데, 성송면석산개발반대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정수진)와 전북환경운동연합, 고창군농민회, 고창생명환경연대는 729일 고창군청 앞에서 허가 불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수진 위원장, 성송면 박종숙 신용마을 이장, 강상원 선동마을 이장, 강성수 용암마을 이장, 이정현·정현숙 전북환경운동 공동대표, 정창규 고창군농민회 부회장, 완주자연지킴이연대 정주하 공동대표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주민대책위·전북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앞서 722일에도 고창군에 세영개발의 토석채취 허가 신청을 불허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30년 운영 뒤 다시 확대되는 석산

주민들이 석산 확대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기존 석산과 아스콘 공장이 오랜 기간 생활권에 미쳐온 환경·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책위와 환경단체 등은 세영개발이 운영하는 아스콘 공장에서 벤조피렌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가 배출돼 장기간 주민 건강을 위협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오염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저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발파를 동반하는 석산 개발까지 확대하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환경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허가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 피해를 따지는 방식이 아니다. 전북환경보건센터를 통한 주민 건강 역학조사와 함께 석산 및 아스콘 공장 주변의 환경오염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주민과 행정,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기존 환경 문제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226미터, 학교에서 60미터

석산 확대 예정지가 주민 생활권과 가까운 점도 핵심 쟁점이다. 개발 예정지는 성송면 계당마을 주거지에서 226~300미터, 고창남중학교에서 약 60미터 떨어져 있다. 대책위는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소음 측정 지점 18곳 가운데 8곳이 주간 환경기준인 55데시벨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석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발파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뿐 아니라 토석과 아스콘을 운반하는 대형 차량의 통행까지 생활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교와 개발 예정지가 약 60미터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통학 환경과 학습권에 대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민 입장에서 226~300미터와 60미터는 지도 위의 숫자가 아니다. 집과 학교가 개발 현장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생활의 거리다. 때문에 대책위는 개발 규모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발파와 차량 운행, 분진 등이 실제 생활권에 미치는 영향을 허가 단계에서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진입로 사용권도 불허 요구의 핵심

주민들은 환경 문제와 별도로 석산 개발에 필요한 진입로 사용권이 제대로 확보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세영개발이 진입로로 사용해 온 성송면 계당리 산45번지 토지의 소유 종중이 신규 석산개발과 관련한 도로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업체 측이 해당 도로를 일반 공로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측은 토석채취 허가에 필요한 토지 사용 권리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허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차량이 어느 길로 오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토지가 어떤 법적 성격의 도로인지, 사업자가 적법한 사용권을 확보했는지, 허가 신청 과정에서 관련 요건이 충족됐는지는 행정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주민들은 이 부분에 대해 허가 전에 명확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진입로 사용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석산 개발 자체의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14년 산사태 현장, 다시 살펴야 한다

주민들은 개발 예정지가 과거 재해가 발생했던 곳이라는 점도 제기하고 있다. 주민 측 자료에 따르면 20148월 집중호우 당시 신청지 인근에서 사면이 붕괴되면서 대형 암석이 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피해가 발생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과거 재해 사례를 근거로 대규모 토석채취가 이뤄질 경우 집중호우와 사면 붕괴, 낙석 등 재해 위험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허가를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 재해 발생 지점과 현재 개발 예정지의 관계, 사면 안정성, 집중호우 때의 위험 가능성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380미터 문화재, 계당제 생태계도 변수

개발 예정지 주변의 문화재와 생태환경 역시 주민들이 불허를 요구하는 이유에 포함돼 있다. 개발 예정지 반경 380미터 안에는 운선암 마애여래상이 있다. 대책위는 추가 발파가 문화재에 진동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문화재 보호를 위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당제 주변 생태환경도 문제로 제시됐다. 주민 측은 인근 계당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담비의 서식이 확인됐다며 발파와 비산먼지, 수질오염 등이 생태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 역시 실제 서식 현황과 개발에 따른 영향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민들은 개발 허가보다 먼저 문화재와 생태환경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경지·축산 피해도 주민들이 우려

석산 주변의 생활권에는 주택과 학교뿐 아니라 농경지와 축산시설도 있다. 주민들은 석산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농경지와 과수에 내려앉을 경우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반복되는 발파 소음과 진동이 축산농가의 사육환경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환경조사는 석산 부지만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거지와 학교, 농경지, 축산시설을 포함한 생활권 전체를 대상으로 대기와 소음, 진동, 수질 등 환경요인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생명권·환경권이 사익보다 우선

주민대책위와 환경단체 등은 722일 고창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산지관리법상 허가 기준과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의견, 현장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토석채취 허가를 불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주거·교육 환경과의 거리, 과거 피해, 진입로 사용권 문제, 문화재와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등을 불허 사유로 제시했다.

729일 기자회견에서도 요구는 분명했다. 대책위 등은 고창군에 석산 연장 허가 절차를 중단하고 주민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석산과 아스콘 공장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법원 판례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 거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사업자의 사익보다 주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세영개발의 석산 연장·확대 허가를 내주지 말고, 기존 사업장에서 발생한 환경·건강 문제와 개발 예정지의 안전성, 진입로 사용권, 문화재·생태환경 문제부터 확인하라는 것이다.

 

고창군은 8월 중 허가 여부 결정

고창군은 아직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고창군 산림녹지과(과장 김종신)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주민 의견과 허가 요건 등을 면밀히 검토해 8월 중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30년 동안 이어진 기존 석산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면적을 다시 크게 늘리는 만큼, 허가보다 주민 안전과 환경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결국 산을 얼마나 더 채취할 수 있느냐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당리 주민들에게는 집과 학교, 농경지와 축사, 문화재와 물길이 모두 하나의 생활권이다. 고창군이 8월 최종 판단을 예고한 가운데,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 생활권에 추가 부담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값과 조사 결과, 허가 요건에 따라 제대로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주민대책위가 내건 요구처럼 고창군민의 생명권과 성송면의 청정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행정이 판단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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