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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흥덕 출신 김병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하얀 물고기와 소녀’를 펴냈다. 지난 7월30일 글나무에서 발간된 이번 시집은 시인이 오랜 시간 시와 그림을 함께 이어오며 쌓아온 창작의 흔적을 5부, 108편의 작품으로 묶어낸 책이다.
김 시인은 첫 시집 ‘사과 여행’ 이후 느린 걸음으로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두 번째 시집에 담았다. 평생 동학을 실천했던 외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영향을 바탕으로 일상을 담소하듯 시와 그림으로 풀어내며, 몇 편의 시와 그림을 통해 자신이 동덕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자취를 남겼다. 시인의 창작 여정에서 고행은 외로웠지만 아름다웠으며, 슬프지 않은 발자국을 남긴다고 밝히고 있다.
시집의 표제시는 ‘하얀 물고기의 소녀’다. “바다가 휘모리를 몰고 온다/ 소리 끝에 매달린 하얀 비린내가 밀린다/ 모항/ 모항/ 파도야/ 살아 있었니/ 남쪽 끝을 돌아서 왔어/ 섬의 어깨가 밀리고/ 바다/ 바다가 되고 싶은 나는/ 바람이 되어 돌고 돌고”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하얀 물고기가 날고 있는 아침 바다/ 철썩철썩 발자국을 지우고 간다”라고 바다와 물고기, 바람과 발자국의 이미지를 겹쳐 놓는다.
김병휘 시인의 시는 설명이나 논리적인 진술보다는 사물과 현상을 이미지로 포착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림에 비유하면 추상화에 가까운 시 세계를 보여주며,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짧은 호흡으로 대상을 그려낸다.
등단 전 수년간 시를 수련한 그는 등단 이후에도 새로운 시 이론으로 제시된 ‘디지털 시의 기법’을 공부하는 ‘시류’ 동인으로 활동하며 현대시의 표현 방식을 익혔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관념이나 수직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탈관념적인 세계와 사물성의 세계를 추구하고, 불연속적인 이미지의 연결을 통해 심리적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김 시인의 본명은 김병휴다. 2005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2009년 첫 시집 ‘사과 여행’을 출간했다. 이후 꽃무릇 시화전 우수상과 특별상, 2023년 힐링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 ‘고창시맥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시인의 삶에서 가족은 시와 그림만큼 중요한 창작의 배경이다. 그는 병환에 있던 홀아버지를 100세가 다 될 때까지 직접 모시며 생활해 왔다. 극진하게 모셨던 부친은 지난 하지경 별세했다. 오랜 시간 아버지 곁을 지키면서 창작을 이어온 시간은 이번 시집에 담긴 삶의 흔적과도 맞닿아 있다.
시집 ‘하얀 물고기와 소녀’는 이러한 삶의 시간을 5부로 나눠 모두 108편의 시로 묶었다. 시인은 거대한 관념을 앞세우기보다 일상의 장면과 사물, 기억의 조각을 짧은 호흡으로 포착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작품 안에 남겼다.
김 시인의 창작 활동은 시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온 화가이기도 하다. 국제뉴프랜드전 창작예술상(2024), 금성국제미술제 특별상(2025),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우수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코리아국제미술박람회 초대작가와 신미술대전 초대작가로도 참여했다. 해외와 국내 전시 활동도 이어왔다. 일본 오사카 국제전과 대한민국 종교예술제, 고창미술인협회전 등에도 다수 출품했다. 2025년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제4회 개인전을 개최했다.
시와 그림은 서로 다른 장르이지만 김 시인의 창작 안에서는 이미지라는 공통의 언어로 이어진다. 시에서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림에서는 언어로 다 담기 어려운 감각과 장면을 화면에 옮긴다.
고향 고창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시와 그림을 함께 붙들고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집은 그렇게 축적된 시간의 한 지점이다. 하얀 물고기가 날고 파도가 발자국을 지우는 표제시의 장면처럼, 김병휘 시인의 시에는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흔적이 이미지로 포착된다. 그는 그렇게 스쳐가는 삶의 순간들을 시와 그림이라는 두 개의 언어로 붙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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