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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은 박물관 속에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굿을 치고, 서로의 무대를 보고, 함께 먹고 머무는 과정에서 다시 현재의 문화가 됐다. 공연을 보고 떠나는 축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머물고 굿을 치며 서로의 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축제의 ‘판’ 자체를 다시 만들었다는 점이 올해 고창농악 꽃대림축제의 가장 뚜렷한 변화였다.
(사)고창농악보존회는 지난 8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고창농악전수관에서 ‘2026 제7회 고창농악 꽃대림축제’를 열어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축제에는 하루 평균 450여명, 모두 1350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출연진과 스태프, 마켓·체험 참여자, 운영진 등 약 170명의 참여진도 축제 기간 고창농악전수관과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며 사흘간 축제를 함께 만들었다.
이번 축제의 변화는 관객과 참여자의 관계에서 두드러졌다. 공연을 중심으로 관객이 방문했다 돌아가는 방식에서 나아가 참여진이 같은 공간에 머물며 서로의 무대를 보고 프로그램을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축제의 성격을 강화했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도 단순한 관람자에 머물지 않았다. 공연과 굿, 체험, 야간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당형 축제를 만들어갔다.
△풍년을 비는 굿, 오늘의 공동체 문화로
축제의 중심에는 고창농악의 전통에서 비롯된 ‘꽃대림굿’이 자리했다. 꽃대림굿은 벼꽃이 피는 무렵 꽃이 잘 맺혀 한 해 농사가 풍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펼쳤던 굿이다. 꽃대림축제는 이 전통을 오늘의 축제 안에서 이어가며 한 해의 풍요와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기원하는 꽃대림굿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올해 꽃대림굿에는 고창지역 13개 읍·면농악단을 비롯해 고창농악전수생과 고창어린이농악단, 지역민, 전국의 농악 애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른 참여자들은 한데 모여 굿을 치고 판을 이루며, 꽃대림굿을 단순한 공연이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며 이어가는 공동체 문화로 확장했다.
△농악의 판 위에 소리·굿·밴드·디제이까지
올해 축제는 무형유산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향유 문화를 바탕으로 전통성과 현대적 감수성을 함께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예인들이 참여한 ‘굿쟁이전’을 비롯해 소리꾼 김보라의 ‘불, 쌀, 물, 솥, 김’, 방지원과 굿패들의 ‘동해 유니버스(Donghae UNIVERSE)-고창’,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불표자는 놉니다’, 디제이 페기굿의 ‘고창의 흥-디제이(DJ) 파티’, 박인선과 장군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국가무형유산 발탈보존회, 고창농악보존회가 함께한 연희마당도 펼쳐졌다. 농악과 전통연희를 중심에 두면서 소리와 굿, 블루스, 밴드, 디제이 등 다양한 장르를 함께 배치해 전통예술의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오늘의 관객이 여러 방식으로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동시대적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창에서 만난 한국과 일본의 전통예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지원으로 진행된 한·일 미래세대 지역기반 전통예술 국제협력 프로젝트 ‘잇다, 있다’와 연계한 특별마당도 마련됐다. 고창농악보존회와 일본 우라하마 넨부츠켄바이 보존회, 가나쓰류 우라하마 시시오도리 보존회는 공동무대와 워크숍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연행 양식을 지닌 한국과 일본의 전통예술은 한 무대에서 각자의 기원과 공동체 문화를 소개했다. 관객들이 일본 동북지방의 전통예능을 직접 배우는 워크숍도 진행돼 공연 관람을 넘어 무형유산을 몸으로 배우고 경험하며 가치를 나누는 국제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머무는 축제’를 위한 밥·잠자리·이동까지
축제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참여자와 관객이 현장에 머무르는 환경에도 운영의 무게를 뒀다. 구내식당 운영을 확대하고 푸드트럭을 비롯한 식음료 부스를 마련했으며, 축제장과 주요 이동 거점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숙박과 식사, 이동, 휴식까지 축제에 머무르는 전반의 환경을 함께 고려해 체류형 축제로서의 편의성을 높였다.
숙박과 식사, 이동, 휴식까지 축제에 머무르는 전반의 환경을 함께 고려하면서 체류형 축제로서의 편의성을 높였다.
임성준 고창농악보존회장은 “이번 축제에서는 약 170명의 참여진이 사흘간 함께 머물며 축제판의 바탕을 만들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이 꽃대림굿과 공연, 체험에 합류하며 판을 함께 채웠다”며 “특히 지역 농악단과 전수생, 어린이부터 전국의 농악 애호가까지 함께 굿을 치며 꽃대림의 의미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다. 앞으로도 꽃대림굿의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예술의 가치를 오늘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축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7회 고창농악 꽃대림축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6년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고창농악보존회는 앞으로도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고창농악의 전승과 보존을 바탕으로 공연과 교육, 전시, 체험, 학술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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