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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폐목재 화력발전소(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발전소 건설 여부를 넘어 사업 초기 주민동의 절차의 적법성을 다시 따지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민동의 절차가 왜곡됐다는 주장이 주민들로부터 현장을 찾은 도지사에게 직접 공유됐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9월4일 이학수 정읍시장, 임승식 도의원과 함께 정읍시 영파동 제1일반산업단지 내 정읍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부지를 찾아 현장을 살펴본 뒤 인근 반대 주민들과 만나 주민동의 절차와 환경안전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처음 들었던 발전소와 지금 들어오는 발전소가 다르다”
이 사업은 정읍시 영파동 제1일반산업단지 내 2만7630제곱미터에 총사업비 2228억원을 투입해 21.9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사업기간은 2020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였으나, 전북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의 8월12일 조건부 승인에 따라 2028년 8월까지 연장됐다.
사업은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면서 시작됐으며, 정읍시 제1일반산업단지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이어져 왔다. 현재 사업자인 정읍그린파워는 폐목재 기반 바이오-에스알에프(고형폐기물연료)를 활용해 전력과 증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반발의 한 축은 연료와 발전시설의 성격이다.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사업이 애초 순수 목질계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진됐지만 이후 폐목재 기반 바이오-에스알에프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주민들의 논리는 선명하다. “처음 들었던 발전소와 지금 들어오는 발전소가 다르다.” 주민들에게는 이것이 단순한 연료 변경이 아니라 환경위험 자체가 달라진 사업 변경이라는 것이다. 정읍시의회도 지난 4월 사업자가 당초 순수 목질계 연료 사용 약속을 어기고 폐목재 고형연료로 변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사업자는 폐목재 등에서 나온 바이오 고형연료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구체적인 환경·건강 문제가 주민 반발의 핵심 근거다. 주민들은 이미 소각장만으로도 실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각장 바로 옆에 또 다른 대규모 연소시설(화력발전소)까지 들어서면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들은 ①미세먼지 ②질소산화물 ③중금속 ④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⑤악취 ⑥소음 ⑦폐기물 운송차량 등 향후 발생 가능한 환경·건강 위험에 대한 우려하고 있다.
주민동의서 의혹, 새 도정의 현안으로 공유
이번에 새롭게 부각된 쟁점은 주민동의서의 작성과 제출 과정이다. 주민들은 사업 초기 행정절차에서 사업자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당시 전북도에 제출한 주민동의서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폐목재 화력발전소라는 시설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동의를 받았고, 동일인이 여러 주민의 서명을 대신 작성했으며, 일부 동의자의 서명이 위조됐다는 것이 주민 측 주장이다.
즉, 주민 측의 논리는 이렇다. ①기존 주민협의체와의 협약(주민 동의)이 있었다. ②그 협약의 대표성과 내용이 바뀌었다. ③새로운 주민단체와 협약(주민 동의)을 체결했다. ④그 협약이 산업단지 변경승인 과정에서 주민협의의 근거로 활용됐다. ⑤그런데 실제 주변 주민 상당수는 발전소 재추진 사실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⑥새로운 주민단체와의 협약에서 주민 동의 부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읍시 역시 주민동의 절차를 사업 초기 행정과정의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민선 8기 이전 행정에서 석연치 않은 절차가 진행되고 주민의 뜻에 반하는 승인 등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주민동의서의 부실 설명·대필·서명 위조 등이 실제로 확인돼 위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는 주민과 정읍시가 제기하는 의혹을 어떤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원택 지사가 이날 주민들에게 밝힌 입장도 주민동의서의 위법성이 이미 확인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입증할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지사는 “현재까지는 주민동의서의 위법성을 입증하지 못해 해당 동의서가 법률적 효력을 발휘해 온 만큼 주민동의 과정의 불법성을 근거로서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해당 조건이 갖춰진다면 도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수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읍시가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주민동의서의 법적 문제점을 당시 입증하지 못한 점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읍시가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의 기각결정도 당시의 주민동의서에 대한 법적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며, “이제부터는 정읍시와 주민들이 함께 주민동의서의 위법성을 밝혀내 고발하는 등 그간의 잘못된 행정절차를 바로잡자”고 제안했고, 주민들도 이에 화답했다.
이 지사는 이날 “공단 인근에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 업종과 시설 규제를 강화하는 악취발생지구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현장 관계 부서장을 불러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이 시장은 “현재 상황이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주민들께서도 행정을 믿고 함께 힘을 합쳐야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며 향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당부했다.
사업의 향방 가를 ‘주민동의’ 검증
이번 면담으로 정읍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의 쟁점은 보다 구체화됐다. 발전소의 환경안전성을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당시 주민들에게 무엇을 설명했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동의했으며, 그 동의서가 행정절차에서 어떤 근거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주민들의 의혹이 실제 위법행위로 이어졌는지는 앞으로 원본 동의서와 작성 경위, 주민협의체의 대표성, 당시 사업 설명자료 등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주민들은 “당초 주민들에게 설명된 사업과 현재 추진되는 폐목재 화력발전사업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그 변경 과정에서 주민수용성과 환경검증이 충분하지 않았고, 이미 환경부담이 큰 지역에 대규모 폐목재 연소시설을 추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합적으로 ①사업 전면 백지화 ②주민동의서·협약서 원본 공개 ③주민동의 절차의 진상조사 ④연료 변경 과정 재조사 ⑤환경영향평가 또는 이에 준하는 독립적인 환경·건강성 검증 ⑥정읍 제1산단 환경포화도·대기환경 총량 검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2025년 정부 측에 허가과정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며 1만여명의 반대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사업자는 ‘①법적 인허가를 모두 받았다 ②일반 쓰레기 소각장이 아니다 ③연료 자체가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④ 환경설비를 갖춘다 ⑤지역경제 효과가 있다 ⑥이미 상당한 사업비가 투입됐다’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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