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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연구사가 숨진 고창수박시험장을 찾은 전북도의회가 남겨진 근무 기록과 인력 공백을 둘러싼 진상 규명, 구조적 개선을 요구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농업복지환경위원회(위원장 권요안)는 10월15일 고창군 대산면 율촌리의 전북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을 방문해 연구인력 운영 실태와 근무환경을 점검했다. 지난 9월18일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진혁 연구사는 임용 4년 차인 20대 공무원으로, 올해 사망 전까지 초과근무가 162차례에 달했다. 유족은 동료들의 공백 속에 고인에게 업무가 집중됐다며 경찰과 전북도 감사위원회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위원들은 유족의 의견을 들은 뒤 연구개발실과 특성조사실, 시험재배 하우스 등을 둘러봤다. 수박시험장은 정원 6명에 현원 4명으로, 연구사와 일반직이 각각 1명씩 부족한 상태다. 도의회는 이러한 인력 공백이 남은 직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연구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벽 출근·심야 퇴근…기록에 남은 장시간 노동
고인의 업무 부담을 보여주는 자료는 출퇴근 기록이다. 유족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연구사는 올해 사망 전까지 162차례, 총 737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보도됐다. 9월7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는 정규 근무시간 40시간 외에 24시간30분을 추가로 일한 기록도 확인됐다.
사망 직전의 근무 일정은 더욱 촘촘했다. 김 연구사는 일요일인 9월13일에도 출근해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했고, 이튿날인 14일에는 오전 6시45분 다시 일터로 향했다. 이날도 밤늦게까지 근무했으며, 15일 새벽 1시30분까지 일하면서 어머니와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약 5시간 뒤 다시 출근한 15일에는 밤 11시44분까지 근무했다.
유족은 동료들의 전출과 배우자 출산, 외부 교육 등으로 발생한 업무 공백이 김 연구사에게 집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임 연구사의 육아휴직 등에 따른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러한 인력 공백과 업무 배분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살려고 도망쳤습니다”…유족이 제기한 업무 부담
고인이 남긴 차량 녹화자료와 메모도 공개됐다. 김 연구사는 사망 이틀 전인 9월16일 귀가하던 차량 안에서 “어휴, 살려고 도망쳤습니다. 어휴, 살려고 도망쳤습니다! 죽고 싶어서요. 미안,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화요일 5분만 견뎠더라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죄송하다”는 글이 남아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는 “나에게 맞지 않고 과분한 자리였고 제 욕심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기력하고 아무생각도 들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고인이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근무시간 이후에도 이어진 업무 연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통화 내역에는 밤 9~10시와 자정 이후 상사와 연락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선배 연구사의 성과보고서 작성과 연구예산 부족 문제 해결까지 요구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박시험장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평소 업무 전화가 잦은 상황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였으며, 고인에게 그 정도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방송 인터뷰에서 “저는 진혁이가 노예라고 생각했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도 못 자면서 밥도 때로는 굶어가면서 거기서 일을 했다는 건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고 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유족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과 전북도 감사위원회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감사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가
도의회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전북도는 농업기술원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감사 기간은 9월28일부터 10월16일까지다. 감사에서는 고인의 근무 기록과 업무 배분, 인력 충원 요청에 대한 대응, 관리자의 업무 지시 등 유족이 제기한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도의회도 사망 사건을 개별 직원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연구현장의 인력 운영과 조직 관리체계를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요안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확인된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구조적 개선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유가족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전북도가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감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확인하고, 연구인력 확충 및 근무환경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유족이 제기한 업무 집중과 부당 지시 의혹,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조사로 밝혀야 할 사안이다. 당시 인력 공백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반복된 초과근무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도 함께 규명해야 한다. 도의회 현장점검 이후 남은 과제는 감사 결과에 따른 책임 규명과 연구인력·업무 배분의 구체적인 개선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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