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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의 성곽에는 한복을 입고 머리에 돌을 인 행렬이 이어지고, 밤하늘에는 천대의 드론이 고창의 이야기를 빛으로 그려냈다. 수백 년 전 성을 쌓고 지켜온 역사를 되새기는 전통행사에 현대적인 공연과 체험이 더해지면서 고창읍성은 닷새 동안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축제의 무대가 됐다.
제53회 고창모양성제가 10월15일부터 19일까지 고창읍성과 고창읍 일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축제는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1400여명이 참여한 거리퍼레이드를 시작으로 1천대 규모의 드론쇼,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한국방송공사(KBS) 전국노래자랑, 답성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문화 행사와 대형 공연을 함께 배치해 고창읍성의 역사적 공간을 축제의 중심 무대로 활용했다.
1400명이 거리로…주민과 학생이 연 축제의 첫날
축제의 문은 15일 고창읍 일원에서 펼쳐진 ‘컬러풀 고창(Colorful Gochang)’ 거리퍼레이드가 열었다. 고창지역 14개 읍·면 주민을 비롯해 고창군의회, 축제추진위원회, 기관·사회단체, 다문화가정, 외국인 계절근로자 등 1400여명이 참여했다. 거리 곳곳에서 음악과 공연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담은 퍼포먼스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거리행진은 주민들이 직접 축제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정해진 행렬을 따라 걷는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준비한 공연과 표현을 선보였다. 지역 주민과 다문화가정, 외국인 계절근로자까지 함께하면서 고창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행렬을 이뤘다.
지역 학생들의 무대도 축제 첫날을 채웠다. 고창교육예술제에서는 학생들이 그동안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고, 가족과 군민, 관광객들이 객석에서 함께했다. 지역 대표 축제와 학생들의 예술활동이 한자리에서 펼쳐지면서 어린 학생들까지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참여했다.
고창읍성 밤하늘에 천대 드론…블랙이글스는 낮의 하늘 장식
16일 공식 개막식은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한 공연으로 시작됐다. 무용수들의 군무와 팝페라 공연이 어우러져 고창의 역사와 전통, 미래를 무대 위에 표현했다. 고창읍성을 배경으로 펼쳐진 공연은 현대적인 음악과 무대 연출을 결합해 개막식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1000대 규모의 드론쇼가 고창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일제히 떠오른 드론들은 고창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빛으로 구현했고, 시시각각 바뀌는 대형이 고창읍성의 야경과 어우러졌다. 오래된 성곽을 배경으로 펼쳐진 첨단 공연은 올해 축제의 대표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17일에는 하늘과 지상에서 굵직한 프로그램이 잇따랐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고창 상공에서 고난도 곡예비행을 선보였고, 고창읍성 일원에서는 한국방송공사 전국노래자랑 고창군편 녹화가 진행됐다. 예심을 거쳐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이 노래와 장기를 선보이자 관람객들도 박수와 노래로 호응했다. 낮 동안 이어진 공연의 열기는 밤에도 계속됐다. 고창읍성 일원에서는 불꽃놀이가 펼쳐져 축제의 밤을 장식했다. 드론쇼와 에어쇼, 전국노래자랑에 이르는 대형 프로그램은 전통문화 중심의 모양성제에 현대적인 볼거리를 더했다.
머리에 돌 이고 성곽 한 바퀴…600명이 되살린 답성놀이
화려한 공연 속에서도 고창모양성제의 뿌리를 보여준 행사는 답성놀이였다. 17일 오전 10시 고창읍성 성곽에는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줄지어 올랐다. 고창군 생활개선회원과 전북 14개 시·군 생활개선회장단, 고창지역 14개 읍·면 여성회원 등 600명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걸었다.
조선 초기에 축조된 고창읍성은 둘레가 1684미터에 이른다. 예부터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올해도 일반 군민과 관광객들이 답성놀이에 참여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으며, 전국에서 찾아온 사진작가들은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한복 행렬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창생활개선회 김현자 회장은 “전북 14개 시·군 생활개선회장단과 함께 고창의 소중한 전통을 잇고 군민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게 되어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도 생활개선회가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지역 간 화합을 이끄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강술래와 농악도 축제의 전통문화 무대를 채웠다. 16일 열린 강강술래 경연대회에는 고창지역 읍·면 농가주부모임이 참여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공연을 선보였다. 18일에는 농악한마당 축제가 펼쳐졌고, 야간 답성놀이와 강강술래가 이어지며 낮에만 즐기던 전통문화를 밤에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곽을 걸으며 역사를 만나다…체험으로 넓힌 축제
올해 축제는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창읍성 곳곳을 직접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대표적인 체험행사인 ‘모양성 유람록-아홉 절경을 따라 걷는 특별한 유람’은 성곽과 주요 지점을 찾아다니며 과제와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광객들은 고창읍성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놀이처럼 접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축성고을’은 고창읍성을 쌓았던 옛 축성의 역사를 체험활동으로 풀어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해 성곽의 역사적 배경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상하농원과 함께 마련한 ‘모양성 가을 제과점’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체험 공간으로 운영됐다.
야간 프로그램 역시 고창읍성을 경험하는 방식을 넓혔다. 밤에 진행된 답성놀이에서는 관광객들이 성곽을 걸으며 전통 풍습에 담긴 이야기를 접했고, 강강술래에서는 참가자와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졌다. 낮에는 성곽을 따라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밤에는 공연과 전통놀이를 즐기는 구성이었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제53회 고창모양성제에서 두드러진 것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그램의 규모와 다양성이었다. 1400여명이 참여한 거리퍼레이드는 축제의 시작을 알렸고, 600명이 한복을 입고 성곽을 걸은 답성놀이는 고창의 오래된 풍습을 재현했다. 여기에 지역 학생들의 공연과 읍·면 농가주부모임의 강강술래, 생활개선회원들의 참여가 더해졌다.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고창읍성의 역사적 특성과 연결됐다. 성곽을 따라 걷는 유람록과 답성놀이, 축성 체험은 고창읍성이 가진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도록 했고, 드론쇼와 블랙이글스 에어쇼, 전국노래자랑은 축제의 볼거리를 넓혔다. 주민들이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무대와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체험행사가 함께 운영된 것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야간 답성놀이, 야간 강강술래 등 젊은 에너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고창읍성의 역사적 가치를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참여하면서 모양성제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19일까지 이어진 올해 모양성제는 53회째를 맞아 고창읍성의 전통을 주민들이 직접 재현하고, 현대적인 공연과 참여형 체험을 더하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거리에서 시작된 축제는 성곽과 무대, 밤하늘로 공간을 넓혔고, 답성놀이와 강강술래 등 고창의 오랜 풍습은 올해도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행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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