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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에 조부의 서당에서 처음 잡았다가 오랫동안 놓았던 붓이 37년 공직 생활을 마친 정병갑 작가의 일상으로 돌아와 전시로 결실을 맺는다. 고창 출신 덕천(德泉) 정병갑(丁炳甲) 작가는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5일까지 고창문화의전당에서 ‘덕천 정병갑 서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정 작가가 2007년 공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20여 년간 갈고닦은 서예와 문인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50여 년을 함께해 온 아내 소현 심옥순 작가의 한글 서예와 수채화 작품도 나란히 전시한다. 두 사람이 각자의 붓으로 쌓아온 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서당에서 시작된 붓과의 인연
정 작가가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곳은 조부 우석(愚石) 영호(永皓) 선생이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일곱 살에 먹을 갈고 붓을 들었고,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한학을 익히며 서예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조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붓을 놓았다. 그는 당시를 두고 “조부가 타계하신 후로는 붓을 놓은 채 그리움만 키워 왔다”고 회고했다.
1947년 고창읍 덕정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공직에 들어가 신림면장과 성내면장, 산림축산과장, 산업경제과장 등을 지냈다. 37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해는 2007년이다. 그때 다시 서예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서예에 대한 마음을 공직생활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작품 활동으로 옮긴 것이다.
서예는 학정 이돈흥 선생에게, 문인화는 옥포 이용선 선생에게 배웠다. 2020년 이돈흥 선생이 타계한 뒤에는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과 김성덕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극기치원(克己致遠)’을 좌우명으로 삼아 작업을 계속했다. 자신을 이겨내고 먼 곳에 이른다는 뜻을 새기며 붓을 놓지 않고 수련을 이어온 것이다.
부부가 함께 걸어온 예술의 시간
정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전라북도 미술대전,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서예 부문 초대작가로 활동해 왔다. 세계서예비엔날레전과 한중서법 교류전, 고창장성교류전시회 등에도 참여했다. 고창서화회장을 맡아 지역 서화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아내 심옥순 작가의 참여다. 정 작가의 서예와 문인화에 심 작가의 한글 서예와 수채화가 더해져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는 데 대한 망설임이 있었다. 정 작가는 서예를 할수록 그 깊이와 어려움을 느꼈고,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선뜻 전시를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팔순을 맞으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작품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아내 심옥순 작가의 참여는 부부가 함께 걸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남편의 서예·문인화와 함께 아내의 한글 서예와 수채화가 전시장에 놓인다. 정 작가는 “서로 격려하며 걸어온 예술의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서예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정 작가는 글씨에 쓰는 사람의 성품과 정신이 드러난다는 ‘서여기인(書如其人)’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글씨를 쓰는 일이 곧 자신의 마음을 닦고 삶을 가꾸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 “앞으로도 마음을 닦고 삶을 가꾸듯 먹을 갈면서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할 수 있도록 붓과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원광대 김성덕 교수는 정 작가의 작품에 대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한 획에서는 작가의 굳은 기상과 조우할 수 있으며 절제된 여백에서는 비었으나 충만한 공간의 미학이 반겨준다”고 밝혔다. 이번 ‘덕천 정병갑 서화전’ 개회식은 10월30일 오후 5시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전시는 11월5일까지 이어지며, 정병갑 작가의 서예·문인화와 심옥순 작가의 한글 서예·수채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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